AEARU Student Camp, Nanjing

    2002년 동아시아 연구중심대학 협의회(AEARU) 캠프는 8월 중국의 난징대학에서 개최되었으며 나는 포항공대 대표로서 참가하게 되었다. 난징은 상하이에서 기차로 4시간떨어져 있는 도시로서 도시가 산으로 다 둘러싸여져 있어서 중국에서 가장 더운 곳 중의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난징을 hot pot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중국에 갔을 때도 기온이 38도 까지 올라가서 내 인생에서 가장 무더운 날씨였으나 오히려 그곳의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덥다고 하니 포항의 무더위는 아무것도 아님을 느꼈다. 중국의 어느 도시를 가나 마찬가지 겠지만 난징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사람이 정말 많다는 느낌이었다. 중국은 땅이 넓지만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인 만큼 어딜 가나 우리나라의 명절 때 보다도 사람이 많았다. 중국에서 차를 소유하는 것은 그리 큰 돈이 안들지만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주차장과 도로는 모자를 수 밖에 없으며 그래서 사람들은 자전거를 애용한다고 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줄서기, 신호등 지키기와 같은 시민의식이 없었고 어딜 가나 항상 복잡하고 시끄러워서 고역이었지만 금방 그런 것도 익숙해졌다. 보통의 중국인들은 영어를 전혀 모를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항서 부터도 영어가 안통해서 고생이었다. 다행히 고등학교 때 중국어를 조금 배워서 버스도 찾아서 탈 수 있었고 물건을 살 때도 가격을 흥정해서 많이 싸게 살 수 있었다. 만약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중국을 여행한다면 기본적인 숙식 해결도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런게 가능하여도 엄청난 금전적 손해를 감수 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중국의 물가는 택시비의 기본요금이 10RMP, 우리나라 돈으로 1500원일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결코 싸지 않으나 도시마다 물가는 많이 다를 것이다.

    상하이에서 개인 여행을 끝내고 캠프에 참가하기 위하여 기차로 난징에 도착하였다. 기차를 타다 보면 중국의 서민적인 모습을 잘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바깥 시골, 농촌의 풍경은 우리나라와 다를 바가 없었다. 중국도 개방화 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도시는 우리나라 못지 않게 매우 발달 되어 있었다. 화려한 고층빌딩, 대형 백화점, 대형 은행들은 우리들을 놀라게 하였고 마치 한국의 시내 한복판에 서있는 느낌을 주었다. 난징 대학 안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호텔이 따로 있었고 우리는 거기서 편안하게 묵으며, 식사도 호텔에서 대접 받아서 매우 편안했다. 중국, 홍콩, 대만, 일본 그리고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모였고 우리나라는 우리학교와 카이스트에서 각각 2명이 모였었다. 나라와 언어가 다 틀렸지만 인사를 나누며 금방 친해졌고 캠프 전날부터 시내구경도 같이 다녔다. 물론 공용어는 영어였고 모두들 영어를 매우 능숙하게 해서 적지않게 놀랐었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은 있었지만 하루종일 영어로만 얘기하다 보니 영어회화 실력이 단번에 느는 느낌이었다.

    이번 캠프의 주제는 ‘교육과 사회의 발전’이어서 나한테는 다소 생소하였고 너무 광범위해서 접근하기가 쉽지가 않았었다. 하지만 미리 한국에서 자료를 찾고 준비를 하였고 나는 한국의 대표로서 10분간 발표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여러나라 학생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게 되니 긴장도 되었지만 캠프 내내 하루 종일 영어로만 얘기하다 보니 발표하나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룹토론도하면서 각 나라의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짚어보게 되었고 그것의 해결책에 대해서도 얘기하며 고민하였다. 그룹토론을 하면서 느꼈는데 모두들 native못지않게 영어를 아주 잘한다는 것이었다. 토론을 마치고 그룹리더들이 요약문을 발표하였고 질문도 주고 받았었다. 각 나라의 교육제도와 현문제점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다른나라 대학생들도 적어도 우리학교 학생들만큼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을 느꼈고 나도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녁에는 난징대학 전통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어서 전통악기의 연주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가야금, 해금, 향비파와 비슷한 악기들이 많아서 신기하였고 연주가 끝난 후에는 직접 우리가 만져보고 연주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서 매우 고마웠다.

     그 다음날에는 버스를 타고 나가서 난징 교외를 여행하였다. 케이블 카를 타고 아주 높은 산에도 올라가고 웅장한 손문의 무덤에도 가보았고 1937년 일본군에 의해 삼십만 명이 사살된 난징 대학사를 기념하는 박물관에도 가보았다. 오후에는 난징 대학 캠퍼스 내를 둘러보았는데 올해가 난징 대학이 설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들었다. 캠퍼스 내에 학교 박물관이 있어서 지금까지의 난징 대학 역사와 난징 대학 출신의 유명인사들의 자취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었다. 학교역사가 짧은 우리학교와 비교하면 부러운 점이었다. 교내에 큰 공원과 호수 등이 있어서 조경이 아주 잘되어 있었고 매우 아름다웠다. 난징대학 총 학생수가 2만 명이라고 들었는데 학생수가 많아서 기숙사는 보통 6인 1실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규모가 크고 역사가 긴 만큼 난징 대학도 중국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명문대학이며 우리 나라 유학생들이 가서 공부하기에 손색이 없는 듯 하다. 그들의 교육시설이나 편의, 복지시설이 우리학교보다 떨어질지 모르나, 그렇다고 학생들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녁을 먹으러 버스를 타고 나갔는데 우리가 간 음식점이 얼마나 큰지 공학 동 3개 정도를 붙여 놓은 듯 한 크기였다. 좌석도 얼마나 많은지 3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거기서 신기한 음식들도 많이 먹었는데 난징의 명물인 오리고기도 먹어보았고 돼지 팔꿈치라는 신기한 요리들도 먹었다. 저녁에는 학생회관에서 마지막 밤을 기념하기 위하여 파티타임을 가졌다. 한국게임을 소개하면서 같이 놀고 그들의 게임을 소개받고 배워서 같이 재미있게 놀았다. 특히 모두들 한국의 게임에 매우 관심 있었고 우리 나라 게임을 제일 재미있어 하니 놀라왔다. 게임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고 마지막에는 댄스타임도 가졌었다. 지금 생각하면 파티타임이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가져온 기념품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연락처 등도 주고받았다.

    그 다음날 아침을 먹고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일찍 출발을 해야만 했다. 모두들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계속 이메일로 연락하고 친구로 지내자고 약속하였다. 난징대학에서 직접 기차역까지 택시를 대절해주는 편의를 베풀어 주어서 매우 고마웠고 난징을 떠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니 아쉬웠고 벌써 정들었다고 느껴졌다. 기차타고 상하이로 가서 비행기 타고 무사히 인천에 도착하니 지난 5박6일의 중국여행이 파노라마처럼 머리 속을 스쳐갔다.

    캠프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지만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민족, 언어, 나라가 틀려도 모두 하나가 되어서 토론하고 여행하고 게임도 하며 놀았다. 캠프 내내 가장 놀라운 사실은 중국 대학생들 모두가 영어에 능통하다는 사실이었다. 캠프에 참가했던 멤버들은 물론이고 중국 대학생 누구한테나 길을 묻거나 어떤 질문을 해도 충분한 회화가 가능하였다. 그리고 서양문명에서 온 학문에 관한 강의는 학부 때부터 모두 영어로 강의한다고 하니 적잖게 놀랐었다. 중국은 오직 상위 1% 내의 학생만 대학에 진학하고 명문대학은 0.1%정도 안에 들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도 좋은 것 같았다.

     끝으로 AEARU 캠프의 기회를 주신 우리학교와 난징대학에 감사하며 앞으로 이러한 국제학생 교류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AEARU Student Summer Camp 2002, Nanjing University

  개강을 하루 앞 둔 8월 25일, 점심 때 상하이(上海)에서 출발해서 3시간 반 남짓 기차를 타자 어느새 난징(南京)에 도착했다. 지난 이틀 동안 머물렀던 상하이에서는 황푸(黃浦)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개방화로 이룩한 중국의 성장을 두 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지만, 거대한 도시가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쉽게 지쳐버릴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난징의 모습은 오랜 굴곡의 역사 때문인지 참 푸근해 보였다. 난징역에서 캠프를 안내하는 학생의 도움으로 택시를 타고 곧바로 난징대학 안에 있는 Nanyuan Hotel로 향했다. 호텔에서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방을 배정 받았는데, HKUST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는 Raymond가 내 룸메이트였다.

    여행중일 때에는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자게 되고, 그래서 그런지 새로운 친구도 쉽게 사귈 수 있게 된다. 공식적인 캠프의 시작은 다음날이었지만,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서로 소개하며 웃고 떠들면서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난징대학에 다니는 Xiaoyan과 몇몇 다른 친구들의 제안으로 저녁에 난징 시내를 둘러보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 간단한 opening ceremony를 마치고 난징대학 정문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정문 앞은 차도였는데, 정문을 배경으로 차도 한가운데서 사진을 찍는 것은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곧 이어서 이번 캠프의 주제인 Education and the Progress of Society에 관한 난징대학의 Xiaoxing He 교수님의 강의가 있었다. 교수님은 일본에서 오랜 기간 계셔서, 다음의 일본과 중국의 예를 중심으로 강의를 시작하였다. 대졸신입사원을 선발할 때에 일본 기업들은 과거와는 달리 대학생활에서의 동아리나 봉사 활동과 같은 과외 활동을 중시하기 시작한 반면에,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학점이나 TOFLE 성적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대학생활에서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은 교과서나 강의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specific knowledge와 어떠한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을 능동적으로 습득해서 대처하는 comprehensive knowledge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 기업들이 좀 더 comprehensive knowledge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물론 대학교에서 specific knowledge를 열심히 습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지식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comprehensive knowledge를 익혀야 한다는 사실에서 많이 공감할 수 있는 강의였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이번 캠프의 주제와 관련한 그룹별 토의가 진행되었다. 사실 토의에서는 주제와는 별도로 각 나라의 교육 현실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오고 갔으며, 다른 나라의 대학교는 어떠한 분위기인지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중국, 일본에도 고등학교 때까지 매우 열심히 공부하지만, 대학교에서는 대체로 공부하는 자세가 좀 느슨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전공마다 차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역시 경쟁이 치열한 상위권 대학에서는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칭화(淸華)대학에 다니는 Lei의 말을 통해서, 학생들이 잠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한 채 공부할 수 밖에 없는 칭화대학의 치열한 분위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학생이 뚜렷한 목적 없이 맹목적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그의 지적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우리 또래 대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고민이기에 마음을 어둡게 했다.

    좀 심각했던 토론 시간을 뒤로한 채, 난징대학 근처에 있는 Xiyuan Restaurant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캠프 기간 내내 식사는 푸짐했지만, 이번에는 끊임 없이 나오는 요리에 모두들 좋아하면서도 놀라는 눈치였다. 식사를 끝낸 후, 난징대학 Folk Orchestra의 연주회에서 중국의 전통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악기는 언뜻 보기에 우리나라의 전통악기와 비슷했지만, 음악은 훨씬 더 경쾌하고 박력이 있었다. 놀랍게도 재학생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연주 솜씨가 아마추어 이상이어서 Xiaoyan에게 물어봤더니, 오케스트라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함께 전통악기를 연주해온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대답하였다. 밤에는 룸메이트인 Raymond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창장(長江) 대교를 구경하러 갔다. 1층에는 기차가, 2층에는 차가 다니는 창장 대교 넘어로 보이는 장강을 보고 있으니 실로 바다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난징 교외의 쯔진산(紫金山)에 있는 쑨원(孫文)의 묘인 중산릉(中山陵)으로 갔다. 중산릉은 비교적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었으며, 1년 내내 중국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쑨원에 대한 중국 사람의 존경심을 짐작하게 했다. 무려 300개의 계단을 올라간 뒤에야 청천백일기를 상징하는 청유리기와로 장식된 쑨원의 묘가 나왔으며, 그 규모만으로도 충분히 경외심을 가지게 만드는 듯하였다. 그리고 리프트를 타고 천문대가 있는 쯔진산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는데, 아래로 보이는 자욱한 안개에 덮여있는 쯔진산은 풍경은 참으로 고요했으며, 신비롭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점심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한 박물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박물관 입구에는 300,000이라는 숫자가 크게 쓰여져 있었고, 곧 나는 내가 지금 난징대학살 기억하기 위한 역사 박물관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 온 학생이 한 자리에 모인 이 캠프에서 난징대학살을 생생히 증언하는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였다. 가해국인 일본,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이라는 입장을 고려한다면 학생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박문관은 시체가 유기된 장소위에 지어졌기 때문에 희생자들의 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으며, 박물관에 전시된 사진 또한 일본인의 끔찍한 만행을 증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친구들의 자세는 매우 진지하였으며, 점차 시간이 지난에 따라 우리 모두는 과거는 잊지 말 되 미래를 보면서 함께 나아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사실 앞으로 우리 나라, 중국, 일본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 과거사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평소에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 박물관 관람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늦게 나마 점심식사를 한 뒤, 이틀 간의 공식적인 캠프 일정을 마치는 closing ceremony에 참석하였다. 그리고 난징대학 캠퍼스 안에 있는 난징대학 역사 박물관과 갤러리를 방문했다. 마침 올해가 난징대학 개교 100주년이었기 때문에, 난징대학 역사 박물관을 방문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뿌리가 깊은 나무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100년의 세월 동안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날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거듭난 난징대학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사실 어디에서나 연륜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며, 우리 학교도 초창기의 명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학생 모두가 이러한 학교의 연륜을 쌓아갈 수 있도록 본업에 충실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사는 Sunward Fishing Restaurant라는 식당에서 했는데, 그 규모가 300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정도였다. 이제 내일이면 헤어진다는 생각에 식사 도중에도 우리 모두는 서로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기도 하였으며, 함께 사진도 찍으면서 짧은 캠프 일정을 아쉬워 하였다. 다음날 아침, 서로 작별 인사를 하며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했다. 이럴 때에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나는 쿤밍(昆明)을 여행하기 위해 60시간이나 기차를 탈 Timothy과 함께 난징역으로 떠남으로써 이번 캠프를 완전히 마치게 되었다.

    사실 이번 캠프는 학교에서만 생활해서 좁아져 버린 시야를 넓혀 멀리 내다볼 수 있게 하였으며, 특히 광활한 중국을 여행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또한, 중국과 일본의 우수한 학생을 친구로 사귀게 되었으며, 그들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학교 생활에서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학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이 글을 끝내고자 한다. 

 

AEARU CAMP 보고서

  AEARU 란 말은 Association of East Asian Research Universities의 줄임말로 17개 대학의 학생들이 모여서 친목을 도모하고 각 지역의 문화를 교류하는 동아시아의 대학 연합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목적을 염두해 두고 본다면 이번 캠프는 이런 두 가지 목적을 잘 수행한 캠프로 생각됩니다.

    AEARU camp에는 일반적인 캠프와 일정 주제를 가지고 연관성 있게 캠프의 일정을 구성하는 theme camp의 두 가지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다녀온 것은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의 짧은 기간에 New Technology and Environment 라는 주제로 여러 활동을 하게끔 꾸며진 camp였습니다.

    Camp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준비위원회의 성격을 띤 OC MEMBER와 각 대학에서 2~4명이 와서 구성된 60명의 참가자가 있었습니다. 60명은 10명씩 6개의 group으로 나누어졌고 각국의 학생들이 고루 섞여서 친목을 도모했습니다. 이 행사의 주제를 생각해볼 때 과학적 지식과 관련이 되어 있어서 이공계 학생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제로는 심리학, 경제학, 언어학 분야 등 문과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New Technology and Environment 라는 주제는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었고 단지 환경으로의 관심을 유도하고 기술의 힘을 직접 체험하는데 그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왜 New Technology and Environment 라는 주제였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AEARU camp가 열린 Touku university는 과학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 대학교였습니다. 확실한 지원 아래 다양한 학문 기반이 다져져 있었고, 그런 노력의 결과인지 환경과 관련된 기술들이 많이 연구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그렇게 전문적이지 않은 저의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Lab Tour를 통해서 태양전지를 비롯해 생물체를 이용한 자정작용,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 연구, 연료전지, 온실효과를 막아내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확실한 지원 아래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 부러운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경제적인 지원이 되지 않아서 환경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현실에서도 환경기술이 유용하게 개발되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Touku university에서는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며 이것은 곧 학교의 자랑으로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New Technology and Environment 라는 주제는 학교를 홍보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었으며 참가자들은 학문적인 다양성에 기초한 일본의 과학발전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camp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Touku university에서는 매년 이 환경기술을 비롯해 여러 학문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직접 실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실험실을 개방하여 어린이들을 비롯한 일반인에게 과학에 대한 관심을 유도합니다. 과학을 탐구하는 데만 신경을 쏟는 것을 넘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일본 대학교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측면에서는 한국의 대학들은 아직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 camp는 학교의 홍보와 행사를 고려해서 구성한 것이었습니다.

    Camp의 모든 일정은 5가지 활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강연입니다. 강연은 환경 기술의 중요성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대학 교수님의 두 강연과 일본에서 유명한 회사인 Honda의 환경 기술 개발의 노력을 소개하는 강연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환경 과학 기술 분야에서는 반도체를 이용한 환경 친화적 기술 개발 사례를 소개하고 6개의 group을 각각 하나의 국가로 가정하고 환경문제와 관련한 실제 국가 관계를 재현하여 토론하였으며 Honda의 환경기술 개발 노력과 관련하여 환경 문제 해결에 있어서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도 토론하는 등 참가자들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하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섯째 날에는 일반인에게도 공개되는 Workshop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 Workshop에서는 기간 중에 들었던 강의와 토론을 통해서 기른 환경의 관심에 기초해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표현하는 과정으로 보였습니다. 각 group이 실제 국가들의 국제 관계를 모방하여 하나의 국가로 정해지고 각 참가자들은 자국의 수뇌부가 됩니다. 6개의 국가가 자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섭하고 기술 개발 하는 등의 노력을 실제로 수행하고 그 노력의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Lab Tour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Touku university에 있는 실험실을 돌며 개발되었거나 연구중인 환경기술 관련실험 과정을 설명하면서 환경에 관심을 유도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문화 교류입니다. 모두 아시아 4개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자신의 대학을 소개하고 또 자신의 문화를 소개하는 Global Village라는 순서가 있었습니다.4개국은 비슷한 문화 배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당히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문화의 차이는 참가들 사이에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었으며, Global Village를 통해서 각 대학교는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또 5분 가량의 Presentation을 준비하여 작은 규모이지만 문화를 교류하려는 노력을 보였습니다. 저희는 현대 국악을 소개하는 booth를 설치하고 Korean candy인 엿과 약과를 시식하는 코너를 마련하였고 한복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한복 입은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를 나누어주었습니다.

     네 번째는 친목 도모입니다. 첫째 날 저녁에 환영 파티를 열어 마음껏 음식을 먹으며 서로를 자연스레 소개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어색함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보였고, 둘째 날 저녁에는 서로 대화를 유도하는 Recreation Game을 통해 보다 친해지는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셋째 날 저녁에는 Barbeque party, camp fire, firework를 통해서 멋있는 추억을 남길 수 있었고 다섯째 날 저녁에는 가라오케에 가서 각국의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놀 수 있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farewell party를 통해서 캠프가 끝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나날이 제공되는 행사는 서로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참가자들의 심리와 맞물려 우리들은 서로 긴밀히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광입니다. Touku university가 있는 Sendai시는 일본의 3대 절경 중의 하나인 ‘마쯔시마’ 란 곳이 있습니다. 마지막 날, 이 관광지를 구경하며 캠프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눈 여겨 볼만했던 것은 관광지를 그저 보는 것에 지나지 않고 일본의 차 마시는 전통을 체험해 보는 ‘Green Tea Ceremony’와 직접 팔찌를 만들어보는 등의 활동을 직접 행해보면서 한국과 차이가 있는 일본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이 camp를 진행하면서 철저한 원칙주의를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이 국제적인 행사였기 때문에 특히 조심을 하는 것이었을지라도 저희가 답답하다고 느낄 만큼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심지어 주어진 계획표에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다음 순서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어떻게 보면 원숙한 camp진행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일본인들의 철저한 원칙주의는 다소 고리타분해보이기도 했지만, New Technology and Environment라는 주제와 긴밀하게 연관시켜 camp를 구성하고 그것에서 벗어남이 없이 끝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는데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camp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계획 아래 진행된 것으로 보였고 진행 착오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준비도 상당히 많이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배려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서로 연락할 수 있게 자료를 공유하는 것까지 상당히 깔끔한 준비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행사의 결과 물이었던 Workshop의 홍보가 부족해서 일반인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과 평가 방식에서 문제점을 보이기도 했고 너무 꽉 짜여진 스케줄 때문에 참가자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준비가 깔끔했고 camp가 잘 치루여 졌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camp를 통해서 저는 뛰어난 참가자들과 함께 친해지고 정보를 나누며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고 이 경험은 앞으로 저에게 자기 계발을 하도록 요구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camp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에 기쁨을 느끼고 또한 그것은 저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고 자신합니다. 

 

2005 AEARU Summer Camp

 

AEARU 란 The Association of East Asian Research Universities 의 약자로, 동아시아에 위치한 연구중심대학들의 모임이다. 매년 여름 때, 회원국 마다 돌아가며 Student Camp을 개최하는데 올해는 대만의 淸華대학 순서였다. ( 매년 여름 두 군데에서 캠프가 열리게 된다. 올해는 NTHU와 HKUST )

 

AEARU 에 소속되어 있는 학교 Group 은 아래와 같다.

 

Japan

Kyoto University

Osaka University

Tohoku University

Tokyo Institute of Technology, TIT

The University of Tokyo

University of Tsukuba

 

China

Fudan University

Peking University, 北京大學

Nanjing University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of China, USTC

Tsinghua University, Beijing

 

Korea

Poha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POSTECH

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KAIST

Seoul National University, SNU

 

Taiwan

Taiwan University

Tsing Hua University, Hsinchu

 

Hongkong

H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HKUST

 

각 학교마다 4~5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총 60명 정도가 AEARU 캠프에 참가하게 된다.

 

 

 

 

 

 

 

캠프는 8월 15일 시작되었으나, 12일에 대만에 가게 되었다. 대만 입국 전에 미리 한 친구에게 연락을 해두어서 그 친구가 공항에 마중을 나와 주었다. 친구의 집은 타이베이에서 약간 떨어진 키롱에 있었는데, 캠프가 시작되기 전까지 친구의 집에 머물며 타이베이 시내도 구경하고 짐, 에벌린, 마동요, 카이쉬앙도 만나 타이베이의 중심가인 시먼딩 이라는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친구들은 모두 작년 여름 USC 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 사귄 친구들인데,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MSN, Email 등을 통해 계속 연락하였기에 만날 수 있었다.

 

 

3일후..! 드디어 AEARU 캠프의 시작이다. 캠프의 Schedule 은 아래와 같다. 총 7일간의 일정으로 짜여져 있으며, Seminar 보다는 Activity 중심의 구성임을 알 수 있다.

Date

Morning

Afternoon

Evening

8/15 (Day1)

 

Arrival

(CKS Airport)

Opening Ceremony

8/16 (Day2)

Introduction

Chinese Culture Experience

Sight-seeing

8/17 (Day3)

1st Seminar

Hakka Culture Experience

8/18 (Day4)

2nd Seminar

Traditional Chinese Art Craft

Multi-cultural fair

8/19 (Day5)

Topical Discussion

Technology Experience

The Night of Karaoke

8/20 (Day6)

Sight Seeing (Danshui)

Farewell Party

8/21 (Day7)

Closing Ceremony

Departure

(CKS Airport)

 

 

8/15

대부분의 학생이 캠프가 시작하는 날에 입국하기 때문에, 그 날 CKS 공항에 Pick Up bus 가 있었다. 난 이미 시내로 들어와 있었지만, 칭화대는 타이베이가 아닌 신쥬 라는 곳에 있기 때문에 공항으로 다시 가서 Bus를 타기로 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칭화대 Staff 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안내해준 곳으로 가니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나라 학생 외에도 홍콩, 중국, 일본, 대만 학생들이 있었다. 같이 캠프에 참가하게 된 우리학교 선배님들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 Multi-cultural Fair 라는 행사를 위해 그 큰 장구를 두 개나 들고 오신다고 고생이 많으셨다. 약 한 시간 정도 정신없이 대화하다 보니 어느덧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되었고, 신쥬에 도착하기 까지는 약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도착하여 가장먼저 한 것은 Registration 이었다. 캠프참가비를 내고, 이름표에 들어갈 사진도 찍고, 각종 책, 준비물, 선물을 받은 후 캠프에 관한 간단한 설명회가 있었다.

그 후에는 각자 배정받은 기숙사로 가 짐을 풀었다. 4명이 한 방을 썼는데, 내 룸메이트는 중국친구 1명, 일본친구 1명, 대만친구 1명 이었다. 중국친구는 Li Zhe 라는 친구인데, Beijing Tsinghua Univ에서 왔고, 일본의 TIT에서 온 Wada Yuikitaka, 그리고 National Taiwan Univ에서 온 Wung Li kang 이라는 친구였다. 친해지면서 Wada Yukitaka 는 MIZ, Wong Li kang 은 Shao wong 이라고 불렀다. 대만에서는 친구나 나이어린 사람을 부를 때 성 앞에 小를 넣어서 부른다. : ex) 少刀 (샤오따오), 小馬 (샤오마) : 나를 小黃 Shao Huang 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더니, 대만에서 샤오후앙은 택시의 애칭이라고 하길래 어쩔 수 없이 弘益 이라는 원래 내 이름을 사용하였다. 내 이름은 우리말로 ‘홍익’이고, 중국어발음으로는 ‘홍이’이다.

룸메이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Opening Ceremony 가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모두들 준비한 Formal Suit를 챙겨 입고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신쥬에서 가장 큰 호텔의 연회장이었다.

Opening Ceremony 는 칭화대 학생들의 화려한 공연으로 이루어 졌다. 칭화대의 응원단 학생들과 Pop dance Club 학생들의 열정적인 공연 후 여러 유명인사들의 개회사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캠프를 위해 만든 노래인 Song of AEARU를 배우는 시간이 있었고, 모든 칭화대 학생들이 Tsing-hua Love song을 부르는 등 많은 축하 행사가 계속 이어졌다.

 

Song of AEARU

http://home.postech.ac.kr/~hongik14/AEARU.mp3

 

Lyrics

 

AEA-RU AEA-RU, AEA are you smiling, too?

No matter where we’re from,

Let’s make our dreams come true

Sing the song for me and for you.

 

AEA-RU makes the summer cool, AEA are you happy, too?

No matter where you`ll go,

I will remember you.

Sing the song for me and for you..

AEARU~ AEARU~!!

 

Thing-hua Love song

http://home.postech.ac.kr/~hongik14/loveSongOfTsingHua.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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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AEARU CAMP 참가 보고서


1. 행사 개요

 1) 기간 : 2005년 8월 15일 ~ 2005년 8월 21일

 2) 장소: 대만 신주시 칭화대 ( Tsinghua University )

 3) 구성 : 동아시아(중국, 홍콩, 대만, 한국, 일본) 연구중심 대학들에서 1~5명 내외로 선

          발된 대학생들

           전공은 이,공학에 국한되지 않고 경영, 법학, 미술 등 다양

 

2. 일정

날짜

09:00 ~ 12:00

13:00 ~ 18:00

19:00 ~ 22:00

8월 15일

 

도착

OPENING CEREMONY

8월 16일

INTRODUCTION

국립 고궁 박물관 관람

TAIPEI101 & 야시장

8월 17일

SEMINAR 1

하카 문화 체험

하카 문화 체험

8월 18일

SEMINAR 2

전통 공예 체험

MULTICULTURAL FAIR

8월 19일

TOPICAL DISCUSSION

과학 기술 현장 견학

가라오케의 밤

8월 20일

관광

관광

환송의 밤

8월 21일

CLOSING CEREMONY

출발

 

 

3. 감상

 1) 8월 15일

 우연히 같은 항공편으로 예약한 화학과 영은양과 전자과 태윤군을 인천공항에서 만나 아침 9시 대한항공편으로 타이페이로 향하였다. 이른 항공편을 예약한 덕분에 11시경에 도착하였으나 우리 학교 학생들이 가장 먼저 도착하고 다른 학교 학생들은 차례로 도착하는 통에 공항에서 4시간을 기다렸다. 점심은 돈까스 덮밥과 비슷한 도시락이었는데, 이날은 먹을만 했으나 그 다음부터 점심에 일정상 도시락이 지급되게 되면 항상 같은 메뉴라 놀라게 되었다.

 타이페이에서 버스로 한시간 반 정도 달려 칭화대가 있는 신주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방을 배정받았다. 4인 1실의 기숙사를 이용하였으며 8명(2실)이 한칸의 변기와 하나의 샤워기를 사용하도록 되어있어 약간의 불편이 예상되었으나 서로 지혜롭게 잘 사용하여 무리없이 생활한 것 같다.

 저녁은 시내의 한 호텔에서 총장 및 여러 인사들의 개회사 및 축하인사와 함께 축하공연을 감상하면서 저녁을 먹고 담소를 나누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또 동시에 ‘천사 게임’이라는 것을 시작하였는데 초등학교 때 해 보았던 마니또 친구와 비슷한 개념으로 캠프 참가자 및 스태프 서로간에 주인과 수호천사 관계를 지정해서 매일 격려와 관심의 메시지를 몰래 전해주고 마지막날 서로 선물을 교환하는 게임이었다. 캠프에서의 재미를 더해주는 인상적인 이벤트였다.

[사진1 : OPENING CEREMONY ]

 

 2) 8월 16일

 오전에는 간단하게 칭화대 투어을 하고 사전에 준비한 각 학교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발표시간을 10분으로 공지했으나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20분을 훨씬 넘기는 자료를 준비해와서 발표가 매우 길어졌다. 10분 딱 맞춰 준비해 간 우리로서는 지루하고 실망스러운 점이 없지 않았다. 중국의 Nanjing University가 고풍스럽고 역사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캠퍼스로 기억에 남았다.

[사진 2 : 칭화대 물리학과 건물. 거북이 모양을 본떠 만든 형상이라 함]

 따라서 점심은 타이페이로 가는 버스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였는데 예의 그 돈까스 덮밥이 다시 나왔다. 오후에는 타이페이의 국립 고궁 박물관을 관람하고, 시내의 식당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었다. 대만의 식사 풍습대로 여러가지 요리를 큰 접시에 한 테이블 위에 놓고 둘러앉아서 나눠 먹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대만에서 가장 높다는 타이페이101(101층)이라는 건물에서 야경을 구경하고 야시장을 돌아보았다. 옷가게나 오락거리 등은 우리나라 야시장과 비슷하였으나 정말 다양한 먹거리들이 눈에 띄었다. 대만의 유명한 음료수인 개구리알 주스랑 오징어 구이 등을 맛보았는데 맛있고 재미있었다.

[사진 3 & 4 : 타이페이101의 외관과 88층 전망대에서 본 야경]

 

 3) 8월 17일

 첫번째 세미나 시간에는 기술과 관련된 세미나로 Nanotechnology와 Network 기술에 관하여 교수님 두 분을 모시고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전공이 다양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라서 관련 전공 학생들에게는 너무 쉽거나 지루하고, 인문계열이나 예술관련 전공인 학생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 세미나 주제 선택에 있어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후에는 대만 전통문화인 하카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가 있었다. 하카문화가 잘 보존되어있는 마을을 찾아가 직접 살아가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소에게 꼴 먹이기, 고구마와 닭 구워먹기, 떡치기, 소원 적은 등불 날리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사진 5 & 6 : 전통 우의를 입고있는 현석군과 수현양,

우리의 소원을 담고 날아가고 있는 등불 ]

 

 4) 8월 18일

 두번째 세미나는 첫번째 세미나와는 반대의 시각으로 현대문명이 현대 과학가술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강연이었다. 이는 사실 문명과 과학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임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평소 쉽게 고려하지 못했던 관점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오후에는 신주시의 유명한 유리공장을 방문해 여러가지 유리 공예를 이용한 예술작품들을 감상하고 직접 유리공예를 체험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사진 7 : 유리공예 체험 ]

 저녁에는 multicultural night이라는 행사로, 신주시 시내에서 각 학교에서 전통문화와 관련된 부스를 운영하고 동시에 사전에 준비한 전통 문화와 관련된 퍼포먼스를 공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 대학에서는 전통 춤, 다도 등 전통문화를 선보였으며 부스를 통해 학교 기념품들과 전통문화 관련 이벤트 등을 진행햐였다. 우리학교는 홍익군과 내가 설장구 공연을 준비하고, 공연복을 입고 장구를 부스에 전시하여 장구 치는 법을 가르쳐주고 간단한 가락을 가르쳐 주는 형태로 진행하였다. 또 카이스트팀은 상모 공연을 준비해온 것을 알게 되어 두 학교가 함께 풍물에 관해 간단히 소개하고 연달아 공연하였다. 부스에서는 독특한 의상을 입은 우리와 악기와 함께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사전에 우리 공연의 리허설을 본 스테프들이 우리 공연을 피날레로 배치하여 마지막에 열렬한 갈채를 받으면서 공연을 마무리하였다. 준비하면서도 처음 접하는 풍물을 잘 이해하고 좋아할까 걱정하였는데 다들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우리 공연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우리 문화의 세계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 사진 8 & 9 : 포항공대 부스와 설장구 공연 모습 ]

 

 5) 8월 19일

 세번째 세미나는 특히 이공대 학생들에게 중요한 세미나로, 이 분야에서 공부하는 목적과 의미에 대해 같은 분야의 선구자이신 교수님들의 시각과 해석에 관한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현재 건설 마무리에 있는 고속철도 박물관을 방문하고 여러 첨단 기술 개발 업체가 모여있는 Science Park를 방문하여 설명을 듣고 전시장을 돌아보았다.

 저녁에는 환영의 밤 행사를 했던 호텔 옆 건물의 큰 가라오케에서 식사를 하면서 노래도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camp의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친해진 친구들과 노래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 사진 9 & 10 : 건설중인 고속철도역과 광란의 가라오케 ]

 

 6) 8월 20일

 오전은 타이페이에서 강을 끼고 형성된 유원지 형태의 시장을 돌아보고 오후엔 대만의 전통시장을 돌아보며 전통 과자도 시식해보고 전통 놀이 기구 등도 둘러보았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혹은 일본과 유사한 놀이기구들도 많이 보였다. 또, 칭화대의 댄스 동아리 도움을 받아 대만 대중가요의 가사에 맞게 꾸며진 춤도 배우고, 왈츠의 기본스텝과 북유럽 어딘가의 전통춤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생이 배우기엔 조금 유치해보이기도 하는 동작들도 많았는데 가르치는 학생들과 도와주는 스태프들이 매우 진지해서 덩달아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배워볼 수 있었다.

 저녁에는 Farewell Party가 열렸다. 근사한 호텔에서 각각 무작위로 파트너를 정해 함께 댄스홀로 들어가 춤추면서 스낵등을 먹는 이벤트였다. 오후에 배운 대만 대중가요에 맞춘 춤과 왈츠 등을 함께 추고 마지막에는 힙합, 브루스 등 각 장르의 춤을 파트너와 혹은 단체로 함께 추며 놀았다. 그리고 그 동안 비밀리에 메시지를 전달하던 각자의 주인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수호천사임을 알리고, 그 동안 자신에게 때론 따뜻하고 때론 깜찍한 메시지를 보내왔던 수호천사를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마지막에는 스태프들이 준비한 캠프 참가자 개인별 큰 카드를 등에 달고 상대방의 카드에 farewell message를 남기는 인상적인 이벤트도 있었다. 서로의 등에 글을 쓰느라 긴 기차를 만들기도 하면서 내 카드에는 어떤 메시지가 있을까 궁금해하기도 하면서 환송의 밤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 사진 10 & 11 : 전통 주택 앞에서 우리 조 기념촬영,

그리고 Farewell message 남기는 모습 ]

Returning from AEARU Student Topic Camp

  내게는 처음으로 외국으로 나가는 날이어서 새벽에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기 전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거리고 있었다. 4명이 다 모이자 수속을 밟고 홍콩에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는 홍콩과기대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공항은 내가 이제껏 보지 못한 크고 멋진 건물이었다. 물어보니 세계에서도 규모안에서 순위에 들 정도라고 한다.

    우리 다음에 속속들이 일본 교토대와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이 왔고 인사를 나눈 후 학교로 버스를 타고 달려갔다. 창밖에는 키가 크고 무성한 아열대성나무와 고층빌딩과 백층은 넘음직한 아파트들이 시선을 끌었다. 도로에선 말로만 듣던 이층버스가 다니고 있었다.

    홍콩과기대는 홍콩에서도 교외에 자리잡고 있었다. 1시간정도를 달린 후 도착해서 우린 사진을 찍은 후 그 사진을 프린트한 명찰을 받고 방을 배정 받았다. 그리고 그룹별로 나눠져서 웰컴 디너를 먹으러 갔다. 부페식으로 된 식당이었는데 음식은 아주 푸짐했다. 학교측에서 학생들을 많이 배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즐겁게 음식을 먹으며 그룹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친해질 수 있었다. 그룹은 각 학교별로 4명씩 온 사람들을 각각 다른 그룹에 배치하여 낯선 사람들끼리 잘 섞일 수 있게 해 놓아서 홍콩, 일본, 타이완,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카이스트 학생까지 여러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들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그룹리더인 알란을 비롯한 홍콩 학생들의 영어는 억양이나 발음, 악센트 등이 너무 달라서 듣고 이해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미국식 영어만 공부만 해왔고, 이런걸 예상치 못했던 난 많이 당황스러웠다. 식사 후 메스게임 중 그룹별 쇼를 할 때 우리는 마유의 제안에 따라 딤섬노래를 부르며 딤섬을 흉내내는 쇼를 했는데 사람들이 나와서 새우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딤섬을 표현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다. 이때부터 우린 딤섬 그룹이 되었다.

    다음날 모두 리더가 나눠준 캠프티셔츠를 입고 모여 8시에 아침을 먹고 개회식과 대학소개를 했다. 다들 나와서 학교소개를 했는데 좀 지루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준비해온 비디오를 틀었고, 학교별로 기념품을 주고받았다. 카이스트는 동명의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틀어서 돋보였다. 그리고 그룹별로 사진을 찍고 점심식사 후 학교를 돌아보았다.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아, 정말 우리학교에 이런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 생기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맛있었다. 홍콩과기대는 규모가 아주 크고 건물이 우리학교보다 훨씬 멋지고 보기 좋았다. 바다도 옆에 있었다. (나중에 바베큐 파티 때 해안에서 바라본 홍콩과기대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고층건물사이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있어 이동이 효율적으로 이뤄졌고, 건물 내관이나 외관 모두 심플하면서도 멋졌다. 교내에선 늘 에어컨이 가동되어 시원했다. 도서관에는 공간절약을 위해 책장들이 밀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는데 홍콩은 정말 공간 효율을 위해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후에 경제와 환경이란 토픽에 관한 교수님의 강연과 Lab Tour가 있었다. 강연시간엔 빡빡한 일정에 많이들 졸고 있었다. 저녁에는 바비큐 파티를 했는데 해안에 바베큐파티를 위한 공간이 있다는게 놀라웠다. 우리는 마련된 고기를 꼬챙이에 꽂아 꿀을 발라서 숯불에 구우며 맥주랑 콜라, 레몬티 등을 마시고 바다 쪽 둑에 앉아서 얘기를 했는데 내가 바다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자 사람들은 이곳의 상어가 한국소녀를 좋아한다며 날 겁주곤 했다. 정말 멋진 시간들이었다. 불이 가득 켜진 홍콩과기대 야경은 마치 하나의 도시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바다에선 오징어잡이배들이 불을 켜고 작업을 하고 있었고, 도시까지 펼쳐진 바다는 참 아름다웠다.

    다음날 여전히 8시에 모여서 우린 아침식사를 하고 던웰이라는 엔진오일 회사를 방문하였다. 이곳은 엔진오일을 재활용해서 다시 파는 회사였는데 직원과 사장이 나와서 영어로 강연을 했다. 강연도중 환경에 관한 설명에서 한국이 분리수거의 모범사례로 소개되어 놀라웠다. 홍콩학생들의 분리수거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우리보다 적은 것 같았고 또 아직 쓰레기 봉투같은 제도가 생기지 않아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이 회사는 아직 큰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여러 기술을 개발해가며 엔진오일을 수거, 다시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런 모습이 바람직하게 생각되었다. 공장 시설을 돌아보고 돌아갈 때는 재활용품만으로 만들어졌다는 작은 주머니를 나누어주었다. 그후 자유시간에 우린 홍콩 시내로 나가 재래시장을 갔다. 한국의 남대문 시장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여기서도 홍콩의 특색이 보여서 가게들은 모두 아주 높게까지 물건을 걸어놓고 있었다. 홍콩사람들은 높이에 대한 감각이 우리랑 많이 다른 거 같았다. 물건이나 가격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음에는 배를 타고 가는, 영화에서나 많이 봤던 해물요리전문 레스토랑에 갔다. 무척 비싼 식당이라는데 학교의 배려가 참 고마웠다. 코스별로 중국요리가 나왔는데 솔직히 맛은 없었다. 식사하며 007같은 게임을 했는데 벌칙으로 먹기 힘든걸 찾는 윌에게 웨이터가 고추 장아찌같은 걸 가져왔다. 한국에서 반찬으로 먹는 이걸 다른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억지로 먹는 게 참 우스웠다. 나와 한국인들이 쉽게 먹는걸 보고선 다들 놀라워했다. 식사후 트램이라 불리는 전차를 타고 산꼭대기에 있는 홍콩의 유명한 관광지인 빅토리아 피크에 갔는데 거기서 바라본 야경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진 것이었다. 시내 바로 한가운데 바다가 들어오고 밑에는 바다가, 위에는 비행기가 다니고 고층 건물들은 무지개색으로 멋지게 빛나고… 어떤 건물은 밤10시부터 끊임없이 건물 색깔을 바꾸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나중에 관광안내서에 보니 홍콩의 야경이 세대 3대 야경중의 하나라고 한다.

    다음날 아침 다시 강연이 있었다. 두가지 주제에 대한 강연이었는데 하나는 홍콩이 처한 환경적인 상황과 쓰레기 줄이는 방안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것이었다. 강연에서는 피드백까지 포함한 아주 구체적인 환경적인 고려과정을 제시하고 있었다. 공기, 소음, 물, 바다, 등의 자연과 경계지역, 경제면, 천연기념물 보고 등을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환경관련 캠페인을 했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 전환은 그렇게 많이 이루어지는 것 같지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선 쓰레기 종량제, 분리수거 등으로 많은 변화가 이뤄진 거 같았는데… 강연 후 환경 친화적이면서 경제면에서 수익이 높은 도시를 그룹별로 만드는 콘테스트가 있었다. 각자 분담해서 역할을 맡았는데 난 건물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을 했다. 나중에 다들 그룹별로 세미나를 통해 도시 설명을 하는데 다들 이상적으로 도시설명을 했지만 실제로 적자에 허덕이는 도시, 환경적으로 실패한 도시로 다양했다. 콘테스트 세미나를 마친 후 저녁식사를 끝내고 캠파이어를 했다. 홍콩과기대 학생들이 준비한데 따라 노래를 부르며 게임 같은걸 했는데 때리고 과격하게 부딪히는 게임이 많았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대학에서 술문화가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 반해 이 학교는 대신 이런 형태로 친교를 다지고 노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일정을 약간 바꾸어 자유시간을 가져서 시내구경을 나갔다. 큰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고 탤런트쇼 준비를 한 다음 저녁에는 그룹별로 탤런트쇼를 했는데 이제 서로서로 많이 친해져서 그런지 재밌는 공연이 많았다. 각 학교별로도 탤런트쇼를 했는데 일본 학생들의 공연이 특히 돋보였다. 도호쿠 대학에서는 유도를 각 자세별로 시범을 보이고 도전자를 상대하기도 하면서 아주 흥미를 끌었다. 교토대는 한 남자의 몸에 팔쪽에 구멍을 낸 비닐 옷을 입히고 뒤에 있는 여자가 거기에 손을 빼서 세수하고 양치하고 밥먹는 일상을 보여주는 연극을 했는데 이것이 일본에서는 자주 하는 연극의 형태라고 한다. 참 신기했고, 여자의 손이 남자의 얼굴을 잘못 더듬어 치약거품을 묻히거나 음료를 넘치게 들이킬 때는 아주 우스웠다. 주쿠바대는 야쿠자, 학생, 10대 소녀, 주부, 일반인 등의 전형적인 복장을 하고 한 명씩 나와서 포즈를 잡고 나중에 함께 V자로 서서 국민체조를 하는데 이것도 참 기발한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었고 재미있었다. 우리학교는 카이스트 학생들과 함께 춘향전을 했는데 연습도 없이 한번에 멋지게 해내어 나 또한 무척 놀랬다. 또 중국의 여학생은 즉석에서 서예로 멋진 붓글씨를 보여줘서 우리의 감탄을 자아냈고, 또 다른 여학생은 경극에 나오는 노래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다음날 우리는 전기 발전소로 가서 견학을 하고 랩 투어로 도시건설에 관계된 랩과 풍동이 있는 곳을 돌아보고 박물관을 방문했다. 저녁에는 총장님이 학교별로 기념품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포스텍 차례가 되어 나가자 포항공대 학생이라면 분명 우수한 학생들일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걸 듣자 여기서도 우리 학교가 인정받는다는 사실에 괜히 자랑스러웠다. 그 다음에 서로의 주소를 적어주고 식사를 한 후 디스코 파티를 했다. 함께 춤추고 즐기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번 AEARU Camp는 내게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우리 나라를 외국에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평가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서 나의 한국인으로서의 위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고 또 환경과 경제에 대한 새로운 각성도 하게 되고 세계 여러 나라의 아이들을 만나서 도전을 받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 아이들과 진지하게 일본, 한국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해볼 기회를 가지면서 서로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던 걸 느꼈는데, 이를 통해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의 커뮤티케이션의 기회가 절실하다는 걸 느꼈다. 특히 젊은 나이의 학생들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또 길을 가다가 홍콩 사람들에게 영어로 물어보았을 때 대다수가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고 가는걸 보고서 여기 사람들은 영어에 대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개방적이고 세계 조류에도 잘 맞춰나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영어와 그외 언어를 배우는 것이 내가 알던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한국에서의 기준을 벗어나서 내 언어로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영어 구사 능력을 갖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내 룸메이트였던 타이완 출신 티파니는 중국어 이외에도 일본어와 영어에도 능했고, 프랑스어도 배우고 있다고 했는데 그 모습이 참 부러웠고 내게 도전이 되었다. 중국어문화권의 아이들을 또 접하다보니 언젠가 중국어를 꼭 배워보고싶단 욕심도 들고, 일본아이들과 대화할땐 일본어를 꼭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들고… 언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정말 많은 욕심을 새로 가지게 된 것 같다.

     이번 AEARU Camp, 많이 배우고 돌아올 수 있었던 정말 좋은 기회였다. 우리 학교에 이런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서 많은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서 시야를 넓히고 오는 기회를 가지는 게 바람직할 거란 생각이 든다. 

 

AEARU student camp를 기억하며

 캠프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이곳에 온 후로 계속 정신 없이 바빠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캠프 동안 있었던 일들이 아련한 추억같이 느껴진다. 그때를 다시 돌아보면 그곳에서는 크게 불편한 것도 없었고 편안했고 즐거웠다. 그리고 처음엔 낯설었지만 지금은 보고싶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같은 문화권이기 때문에 다들 익숙하게 느껴졌을까? 놀라웠고 또한 기뻤다.

    캠프에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흥분되고 기뻤다. 첫 번째 해외여행이었고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하지만 그냥 좋아했을 뿐, 큰 준비는 하지 않았었다. 나에겐 단지 즐기기 위해 가는 곳이었으므로 미리부터 많은 준비로 머리 아프고 싶진 않았다.

    첫째 날, 새벽부터 서둘러 출발했기 때문인지 아주 피곤했다.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 후 게임을 하고 잘 시간이었다. 그러나 역시 우리네 문화권 사람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밤을 고스란히 잠으로 채우지 않았다. 꼭 수학여행 갔을 때처럼 밤늦도록 이야기를 했다. 조금은 심각한 이야기들도 했었고 그냥 우리 생활하는 이야기들도 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도 많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 신기하고 좋아서 피곤했지만 늦도록 이야기한 것 같다.

    “탕탕탕” 그룹 리더의 문 두드리는 소리로부터 둘째 날 아침은 시작되었다. 어제 늦게 잤기 때문에 무척이나 잠이 고팠지만… 내 영어가 불평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순순히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조금은 큰 강의실로 갔다. 거기서 Opening ceremony 후에 각 학교들의 소개가 있었다. 다들 준비를 많이 해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준비한 사진과 presentation이 우리가 학교 소개를 위해 가지고 갔던 비디오 테이프과 비교가 되었고 준비를 적게 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그룹별로 사진을 찍었고 캠퍼스 투어를 했다. (어디어디를 갔다가 아니고 그냥 캠퍼스를 걸어다녔다고 해야할까) 오후엔 Topic에 관한 세미나가 있었고(우리 그룹은 이때 간밤의 피로를 풀기 위해 맨 뒷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 물론 아닌 친구들도 있었지만) 랩투어도 했다. 랩들은 공간이 넓은 것을 제외하면 우리학교와 상당히 비슷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BBQ night였다. 너무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일까. 약간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그 실망스러움을 달래줄 무언가가 있었으니(역시 우리네 문화권 사람들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 후에 다소 예술성이 깃든(끔찍했단 뜻이다 – 적어도 나에겐) 디저트 맛은 잊지 않을 것 같다. 또 어김없이 밤은 찾아왔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 나진 않지만… 암튼 또 늦도록 이야기를 했다.

    그 다음날도 학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다녔다는 것 말고는 그룹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비슷비슷한 일정들이 이어졌다. JUMBO 라는 물위에 떠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것과 그 후에 보았던 빅토리아 Peak에서의 보았던 도시의 야경이 생각난다. 모던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아름답다는 말이 나왔으니 ‘홍콩의 밤거리~’ 하는 노래를 왜 불렀나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넷째날, 낮에는 seminar와 contest, 밤에는 camp fire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 캠프가면 하고 놀던 것처럼 신나게 뛰어 놀았다. 이제는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 얼굴도 익숙해지고 끔찍하게 느껴지던 이곳 음식들도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물론 이전까지 음식을 잘 못 먹었다는 건 아니다. 덜 잘 먹었다는 것이지) 내일 있을 장기자랑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룹 사람들이 모두 모여 연습을 했다. Beauty & Beast. 어디서 아이디어들이 나오는지…. 재미있는 연극이 될 것 같았다. 연습이 끝나고 Kaist에서 온 창현이와 여진이와 장기자랑 이야기를 하였다. 대학별 장기자랑도 준비해야 했으므로. 장기자랑은 그룹별로 한다고 알고 있었기에 그다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는데, 대학별로도 한단다. Kaist와 함께 할

생각을 했고 우리들끼리 임의로 결정을 했다. 춘향전. 가장 간단하게… 주인공도 간추려서. 하지만 미지수였다. 모두들 자고 있었고 다들 자면서 내일 아리랑 부를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암튼 대충 각본을 짜고 내일 생각하기로 했다.

    다섯째날, 이제 캠프의 시작보다 끝이 더 가까웠다. 그날도 학교 아닌 다른 곳을 더 많이 다녔고, 저녁때는 장기자랑을 했다. 끼 있는 사람들이 모였는지… 다들 없는 시간에 잘들 준비한 것 같았다. 한편 대학별 장기자랑은….(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장기자랑 30분 전, 춘향전을 하기로 “결정” 했다. 대충 각본을 이야기했고 창현이가 해설을 하고 반 판토마임 형식이었다. 대단했다. 연습을 전혀 안 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잘 했고 해냈다는 뿌듯함이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또 밤이었다. 그 날은 중국에서 온 친구 Liping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중국과 타이완의 관계, 북한과 한국의 관계에 대해서. 캠프에는 중국에서 온 사람들도, 타이완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북한과 우리 같은 미묘한 관계가 있고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 쓰인다고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타이완에서 온 Norman이 자기 나라를 nice라고 말했을 때 중국인들의 기분을.

    여섯째날, 박물관에 갔다. 홍콩이 침략 당한 역사를 나열해 놓은 박물관. 영국의 침략에 이은 일본의 통치…. 이것이 일본인들에게는 상당한 충격 이었나보다. 특히나 박물관에 온 다른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이것은 단지 역사가 아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 하였다. 왜곡된 역사와 지금의 관계들. 짧은 시간이었고 예상대로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지금 나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중의 하나가 되었다. 저녁때 서로의 주소를 나누고 계속 연락하자고. 인사했던 조용한 시간 후에 약간은 어색하게도 시끄러운 Disco 시간이었다. 평소에 거의 춤을 춘 적이 없어서 어색하기만 했던 시간. 그렇지만 여기저기 끌려 다니면서 춤을 추어야했던. 날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일까, 그다지 용기는 필요하지 않았고 즐거웠다.

    마지막날 아침부터 떠나는 친구들을 보며 이제 끝이 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정말 우리학교처럼 익숙했는데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쉬웠다.

    아련히 기억나는 그 시간들… 즐거움, 좋은 친구들, 기쁨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아쉬움도 많지만 즐거움이 더 컸던 소중했던 시간들, 기쁜 경험이었고 소중한 추억이었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마음을 접고 앞으로 그때 만난 친구들과 연락할 시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넓은 세상, 멋진 친구들 … 우리는 하나!

방학생활에 있어 내게는 철칙 2가지가 있다. 첫째는 계절학기를 듣지 않는 것. 공부는 학기 중에, 그러나 방학땐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보낸다. 둘째는 어디든 꼭 여행을 가는 것. 주변 경치도 좋지만 그 곳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고 넓은 시야를 갖고 싶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에는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갔다. 태양빛이라고 가볍게 여겼다가 기어이 화상을 입었고, 자전거를 타면서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멍과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힘들었기 때문에 소중한 추억이 더 많았고 오히려 여행에 대한 욕심은 더 커졌다. 이번 방학엔 나름대로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해외로 나가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와 많은 역사를 공유한 곳인 중국, 그곳의 수도인 북경을 목적지로 선택했다. 대학 3년이 다 지나도록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해외란 낯설지만 매력적인 곳이었다. 결심은 하였으나 주머니 사정은 뻔하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보다 스스로 해결해 보고자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정 안되면 걸어서라도 간다는 비장한 각오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행운의 여신은 내 편이었다. AEARU(동아시아 연구중심대학 협의회) 학생캠프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학교는 매년 학업성적과 토플 점수 등 일정한 선발기준을 거쳐 학생을 뽑아 항공료와 캠프 참가경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이 캠프는 동북 아시아의 여러 대학들의 학생들이 매년 여름마다 모여 서로의 친목을 다지고 정해진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한다. 이번 캠프의 주제는 환경보호. 내 전공과 밀접한 관련도 있고 평소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 캠프는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었다.

    막상 도착한 중국은 한창 건설이 진행 중이었다. 7,80년대 건물과 21세기형 건물이 공존하는 곳, 이것이 북경의 첫인상이었다.

    중국은 모든 차종이 유연휘발유를 쓴다. 출발할 때 매케한 냄새와 검은 연기가 모든 차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래서일까? 자전거와 백년은 되었음직한 나무들로만 둘러싸여 있는 청화대학 내에서도 시야가 온통 뿌옇게 흐렸다. 아주 쾌청한 날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청량한 맑은 하늘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하늘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 왔다. 시내 중심가 관광을 갔던 날 신었던 양말은 원래가 흰색이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으니까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이 있던 일본 친구는 눈살을 찌푸리다 못해 신음소리를 냈다.

    캠프의 첫 이벤트는 국립환경보호국(National Environmental Protection Bureau) 방문이었다. 중국 전역에 산하기관을 두어 환경오염 정도를 보고받고 그것을 분석, 매일매일 신문에 공표하고, 국제 환경관련 업무와 연구 등을 수행한다고 한다. 그곳의 최첨단 설비는 국가 지원 이외에도 우리나라,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지원금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환경문제가 국제적으로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가가 피부로 느껴졌다.

    오후에는 소그룹으로 나뉘어 환경을 주제로 토의를 가졌다. 토의 중에 마사히로 스기야마라는 친구가 참으로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의 환경문제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나, 지식 수준 또한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후에 알고 보니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한 그린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야기 끝에는 우리학교도 그 모임에 동참하도록 하자고 했다.

    토의의 주된 관심사는 쓰레기 처리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청화대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스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참가자들도 그곳의 학생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했는데 이곳에선 젓가락 없이 플라스틱 스푼 – 유아용이라고 하기에 딱 알맞을 작은 크기의 수저-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무젓가락이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한 이 스푼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고개가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푼 역시 일회용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선 철제 수저를 사용한다고 일러주자 좋은 생각이라며 당장 총장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소한 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좋은 기회였다.

    우리나라와 중국 본토, 홍콩, 대만, 그리고 일본. 곳곳의 친구들은 우리가 하나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공용어가 영어이긴 했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땐 한자를 써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었다. 특히 중국과 비교해 우리와 일본은 사고 방식에서 사소한 습관까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AEARU 참가자 하나하나가 내게는 경탄의 대상이었다. 존경할 수 있는 친구들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도쿄공대 고분자과의 후지가야는 영어로 대화는 잘 통하지 않았지만 온몸으로 의사표현을 하던 따뜻함이 느껴져 오는 전형적인 공대생이다. 후지가야의 생활은 새벽 5시30분에 시작된다고 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2시간이 넘는 거리이기 때문에 그때 일어나야지만 제때에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한다. 학교에선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고, 통학시간에 잠시 조는 것을 빼곤 더 잠을 자지도 않고, 주말에도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진짜 감동적이었던 그 친구의 면모는 그것이 아니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내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는데 왜 힘들다고 느끼지? 난 오히려 즐거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당당하게 대답하던 모습이었다. 좋아하는데 어떤 것인들 할 수 없겠느냐는 자신감이 가득차 있었다. 내게도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을 친구들도 그런 꿈을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아마도 오늘도 그 친구는 연구실에 있을 것이다. 고분자를 들여다보며….

    헤어지던 날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머물었던 기숙사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기숙사 앞과 시내의 길가 곳곳에서 활짝 핀 무궁화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 친구들이 그 꽃의 이름도 모르고 있다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국내에서조차 잘 볼 수 없는 무궁화가 이토록 많이 피어 있다니. 지곡연못가의 무궁화가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요즈음이다. 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던 무궁화였는데…. 이제는 무궁화를 보면 그 친구들 생각이 난다. 차이점 보다는 공통점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만남이었다. 큰 지진이 난 대만 친구 알렌은 무사할까?

한여름 밤의 꿈

    “Wake up, Keonwook!”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켄은 문을 두드리며 날 깨운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이다. 잠이 깨지 않은 상태서 트렁크 차림으로 문을 열고는 푹 잠긴 목소리로 아침인사를 한다.

    “Good morning, Keonwook!” 

    “O-Ha, Ken”

    “Keonwook, Leng Jing is going to leave now.”

    벌써 헤어질 시간이 온 것이다. 첫 날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캠프의 마지막 날인 것이다. 나리타공항에서 10시 30분 비행기로 제각기 돌아가는 일행을 전송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다. 눈을 부비며 나는 말했다.

    “Wait for me just a minute.”

    “I’ll be on the first floor in this building.”

    “I got it.”

    허둥지둥 세면대로 뛰어가 세면대 가득히 채운 차디찬 물에 머리를 담구는 순간, 지난 일주일간의 경험들이 하나되어 마치 오래된 영화의 장면들처럼 떠오르기 시작했다.

    캠프 여섯째 날, 내일 있을 워크샵 준비에 모두들 여념이 없다. 그 동안 재해예방, 복지문제, 환경문제의 세 파트에 대해 진행해 왔던 강의, 토론, 발표 등을 바탕으로 그룹별로 하나의 가상 공동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4시간동안 여섯 그룹이 각기 다른 방에서 작업을 하는지라 다른 조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이 마지막 academic activity인지라 모두들 피곤하고 지쳤음에도 열심히 들이다.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가상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우리가 설정한 환경은 해안을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휴화산이 하나 있는 고립된 섬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면과제는 평시 및 유사시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안들에 대해 본토로부터 도움을 받게 될 때까지 일정기간동안 마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후, 조원 모두가 담당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노란 포스트잇에 적어 커다란 전지에다가 분야별로 붙이기 시작했다. 나도 나의 해당 주제였던 재해 예방과 관련하여 서너 가지의 대비책들을 적기 시작하였다. 조만간 그 큰 전지가 노란 종이들로 가득해졌고, 우리는 그 중에서 중복되거나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것들을 따로 묶어 정리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두뇌 작용 결과 우리의 컨셉트는 「Recycling, Barrier Free, & Movable」로 집약되었으며, 이를 전지 3장에 걸쳐 그림과 글씨로 나타내었다. 그림은 여자 조원들이 담당하였고, 글씨는 내가 맡았다. 그룹리더인 켄은 이 워크샵을 기획한 장본인 중에 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의욕에 차서 우리의 작업들을 진두지휘하며 이끌어 나갔다. 스탭들이 지나가며 시간 오버라고 할 때쯤에야 모든 준비 작업들을 끝낼 수 있었다. ‘잘 된건가?’라는 나의 표정을 읽은 때문인지 켄이 씩 웃으며 말한다.

    “We did our best. Don’t worry.”

    그날 저녁, 일정에 따라 『하나비』라는 일본 영화를 감상하고 우리 조끼리 야외로 나가 불꽃놀이를 즐겼다. 참, 하나비가 우리말로 불꽃놀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이건 남자애들은 짓궂기 마련! 조그만 화약에 불을 붙인 후, 여자 애들에게 휙 던져 버리곤 나 몰라라 하곤 딴청이다. 이 정도에 질세라 여자 애들도 대공세다. 복수는 복수를 불러오는 법!!! 모두들 정신없이 불을 붙이며 즐기다 보니 어느덧 폭죽이 다 떨어져 버렸다. 아쉽지만 모두들 쭈그리고 둘러앉아 마지막 폭죽을 하늘로 날려보내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숙소로 향했다. 일본 추석인 오본날에 도쿄만 레인보우 브리지 위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불꽃놀이에 비할 바가 안되겠지만, 그 날밤 요요기 파크 하늘 위로 울려 펴진 우리들의 웃음 소리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공명하고 있다.

    “하하하하”

    “짝짝짝짝”

    3조의 발표가 끝나자 모두들 박수를 쳐대고 휘파람을 불어대며 환호성이다. 나도 마음껏 웃었지만, 슬쩍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다들 열심히 준비했구나. 우리도 잘 해야 할 텐데…’ ‘아직 한 조가 더 남았으니까 다시 한 번 내가 할 부분을 점검해야지.’ 이제는 다른 조 발표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우리가 마지막으로 발표할 때가 왔다. 청화대학교에서 온 밍이 전반적인 진행을 하기로 하고 중간 중간 나머지 조원들이 나가서 자기가 맡은 배역을 하기로 한 것이다. 도쿄대학교에서 세 분의 교수님이 나오셔서 조별로 평가를 하는 앞에서 어떻게 우리 조 발표가 진행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는 가운데 우리 조를 마지막으로 워크샵은 끝이 났다. 각 조별 발표에 대한 평가는 학생들 스스로 하는 것과 교수님들이 하는 것으로 이원화되어 있었는데, 학생들은 ‘The most abundant in ideas’, ‘The most practical’, ‘The most humorous’의 세 팀을 뽑을 수 있었고, 교수님들이 ‘The best’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긴장되는 순간이 왔다. ‘하나만 걸려라. 하나면 걸려.’ 속으로 기도 아닌 기도를 하고 있던 찰나, “Group 4″를 호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The most practical』을 우리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우리 조원들은 하나같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던 중 마이크를 통해서

    “The best is awarded to…”

라고 울려 나왔고, 아직 시상이 끝나지 않음을 안 우리 조는 곧 숨을 죽이며, 기쁨의 감정을 조절해야만 했다.

    “Group 4!”

    “What?”

    “Group 4?”

    우리 조는 조금 전의 반응과는 달리 모두들 너무나 놀란 나머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두들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Why? Why?”만 되뇌일 뿐이다. 우리의 이런 상황을 일깨우듯 진행요원의 말이 이어졌다.

    “Congratulations, Group4! Would you all please come to the stage?”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우리는 앞으로 걸어 나가 교수님이 주시는 최우수상장을 하나씩 받으며 그 분과 악수를 하였다. 그 순간, 어릴 때 초등학교에서 상장을 받던 생각이 나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다른 햑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상장을 손에 든 채, 왜 4조가 선정되었는지를 설명하시는 세 분의 교수님의 연설을 듣고 있으니 감개무량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연설이 끝난 후, 상품으로 PS2가 주어진다고 하자, 모든 학생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Play Station Ⅱ?”

    “설마?”

    또 다른 그룹 리더였던 유키꼬가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자 아니나다를까 포카리스웨트 캔 2개가 달랑 들어있는 것이었다. 스탭진의 유머에 우리는 박장대소할 수 밖에… 자리에 돌아와 앉아 한 모금씩 돌려 마시며 조원들을 보는 순간, 빡빡한 일정 속에서 몸은 몹시도 지쳤을 터인데도 마지막까지 이렇게 최선을 다하여 큰 일을 해내다니라는 생각이 들어 모두가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로 느껴졌다. 모두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그룹리더인 켄과 유키꼬, 발표를 너무 잘한 밍, 잘 생긴데다가 유머도 넘치는 칼, 늦게 합류했지만 재미있던 타까, 같은 한국인이라서 더욱 반가웠던 채경, 박소현 닮았다고 하니까 너무나 좋아하던 아야꼬, 그리고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중국 소녀 렝징…

    “형, 여행 잘 하시고요. 서울에 오면 연락주세요.”

    “그래, 너희도 잘 돌아가라.”

    10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민수, 배호, 영욱이가 버스에 오르기 전에 나에게 일본 여행 잘 하고 오라고 인사를 하며 악수를 건넨다.

    “서울 가서 보든지 아니면 학교서 보자.”

    “예”

    같은 학교 사람들이야 또 볼 수 있으니 헤어져도 별로 섭한 마음이 안 들지만, 이제 다른 나라로 가는 친구들은 언제나 만나 볼 수 있을까란 생각에 가슴이 막혀 오는 것 같다. 영어를 아무리 유창하게 할 수 있다고 한 들 이런 순간에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짧았던 캠프 기간동안 이렇게도 깊은 정이 들었나 싶어 혼자 쓴 웃음을 지으며,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고마워, 모두들. 진정으로 고마워’

    “자, 이제 나도 가야지. 나의 여행은 이제 시작인걸.”

    짐을 둘러메고 일어서는 나의 머리 위로 8월의 도쿄 햇살이 그렇게 비추고 있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그날 밤…

난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를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들을 쌓아가면서 보낼 수 있었다. 그날도 역시 하루의 일과를 거의 끝내고 여기저기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둘러앉아 얘기를(물론 영어다! 이야~ )나누고 있었던 참이었다.

    이젠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방으로 향하던 나는 게스트룸(비슷한 건데 이름을 아직도 모른다)에 몇 명의 우리 그룹 애들이 있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끼여들었다. 그런데 굉장히 심각한 얼굴로 내가 온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토론의 화제는 굳이 화제의 형식으로 말하자면 ‘일본과 한국의 관계와 개선 방안’이나 ‘일본과 한국 사이의 역사적 관계와 현대 사회에 있어서의 관계’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형태의 것이었다. 원래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런 얘기만 나오면 쉽게 흥분하는 나였던 지라 언제 피곤했었냐는 듯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친구와 싸울 때에는 항상 제 3자의 입장에서 양쪽의 입장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그랬던가? 일본과 우리의 입장도 어쩌면 비슷한 입장이 아닌가 싶었다. 앙금이 깊게 쌓일 만큼 쌓인 상태라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배려와 관심, 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솔직히 나만해도 일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교과서에서 신물나게 배운 여러 가지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은 결국 교과서를 저술한 한 사람의 의견에만 의존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고, 이는 일본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우리가 토론하고 상대와 싸우기 위해서는 – 이런 단어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 우리가 지금 행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줄다리기와 같은 싸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상대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 지식은 내 나름대로 일본인 저자의 책이나, 우리 나라 사람들의 여러 일본에 관한 책들에 관해 읽음으로써 쌓일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지식도, 어떠한 역사적 사실도 객관적일 수 없다. 그 사실이라는 것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한 개인의 사고의 틀 속에서 저술되고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일본’이라는 나라를 생각할 때 ‘증오’ 내지는 ‘미움’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사고하고 행동했었다. 이것이 교육의 결과이든 내 스스로 학습에 의한 결과이든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여러 가지를 알아보지도 않은 채 쉽게 특정한 관념을 강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솔직히 이러한 관념만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다른 나라에 대한 생각은 편견인 경우가 많았다. 단지 한쪽 사람의 이야기만을 들은 채로, 혹은 흔히 주위에서 전해져 오는 관습을 그대로 따르는 채로 말이다. 그러나 이번 캠프를 통해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관점을 가진 – 물론 동아시아의 일부의 아이들뿐이었지만 –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러한 나의 자세가 매우 잘못되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펼 수 있는 이러한 자리를 가질 수 있었던 이번 기회는 어쩌면 나에게 찾아온 커다란 행운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이러한 편견 깨기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언젠가 나도 좀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아니 나가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준비해야 할 것도 상당히 많을 것 같다. 다음 번에는 스스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많은 지식과 다른 나라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많은 지식을 준비한 상태로 여러 친구들을 만난다면 또 다른 시각에서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나는 너무 어리고 아는 것도 별로 없다. 그러나 내가 성장하고 더 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내가 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온실 속의 화초보다는 밟혀도 살아남는 법을 배운 잡초의 인생살이가 나에게 더 많은 깨달음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은 이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